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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프로그램이 바로 野구인生 체험이죠”
글 이용균·이윤주 사진 김영민기자 run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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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야구광이 사는 법, ‘1박 2일’의 이명한 PD

“야구는 투수놀음 예능프로는 MC놀음 은퇴한 뒤엔 사회인 야구장 짓고싶어”

얼마 전부터 KBS 주말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인기 코너 ‘1박2일’에 야구 팬에게 익숙한 모자 하나가 이따금씩 튀어나왔다. 파란 바탕에 흰색 고딕체 ‘K’가 선명하게 박혀 있는 모자. 야구 팬이라면 일찌감치 눈치챘겠지만 그 모자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감동을 안겨준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모자였다. 모자의 주인공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명한 프로듀서(38)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모자를 상업용으로 판매한 적이 없다”고 했다. 선수들이 썼고, 당시 원정 응원단이 썼을 뿐이다. 웬만한 야구광이 아니고서는 그 모자를 구하기 쉽지 않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KBS에서 어렵게 만난 이 PD는 “예나 지금이나 열혈 야구광”이라고 했다. 청주 출신의 이 PD는 어린 시절부터 OB 베어스의 팬. 지금은 고향을 따라 한화 이글스의 팬. 무엇보다 직접 야구를 한다. 사회인 리그 ‘한강리그’에서 KBS 사내 야구팀의 좌완 에이스로 활약했다. “2~3년 전부터 구속이 떨어졌다”면서도 “옛날에는 꽤 잘 던졌다”고 자랑을 감추지 않았다. 지금은 아예 KBS 예능국 내 야구팀을 따로 만들었다. 감독 겸 선수다.

야구와 ‘1박2일’. 어딘가 멀어보이지만 이 PD는 “아주 공통점이 많다”고 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하잖아요. 예능 프로그램도 똑같아요. ‘MC 놀음’이죠. 우리 ‘1박2일’은 에이스 강호동이 없으면 생각할 수도 없어요”라고 했다. 선수단과 스태프를 이끄는 감독이라는 존재도 공통점이다. 프로야구 팀은 선수와 스태프 포함 50명가량. 예능 프로그램 촬영팀은 70명쯤 된다. 이 PD는 “감독이라는 직책 자체가 구성원들의 자원을 잘 배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PD의 역할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하면서 “또 전략적인 운영도 중요하지만 인간적인 카리스마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이 PD는 “구성원들에게 기획을 전달하고 서로의 기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PD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야구는 각 영역과 포지션이 확실한 스포츠”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맡고 있는 영역을 확실히 커버하면서 그 각 부분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엮여있다는 것에서 야구와 지금 하고 있는 일도 겹치는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하긴 뉴욕 양키스의 데릭 지터도 그랬다. 야구는 키가 작아도, 점프를 잘 못해도, 걸음이 느려도 할 수 있는 ‘민주적인 스포츠’라고. 예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 PD는 “비록 야구에서 투수가 가장 많은 주목을 받지만, 그 전제조건은 다른 선수나 구단 모두가 뒷받침 돼야 하는 것”이라면서 “내가 아무리 뛰어나도 나머지 부분에서 구멍이 생기면 완벽한 100%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1박2일’의 인기가 높은 것일지도 모른다. 각기 다른 개성의 6명이 모여서 이뤄내는 조화. 이들 멤버는 모두 야구 포지션의 하나씩을 닮았다. 투수 강호동을 중심으로 포수 MC몽에 지명타자 은지원 등(박스기사 참조). 야구광 PD가 만들어낸 야구스러운 조화다.

이 야구광 PD는 야구가 아직도 고프다. 이 PD는 “사회인 야구를 하는 일원으로서 일단 운동을 할 수 있는 야구장이 너무 없다”고 말했다. “이것은 야구뿐만 아니라 사회체육에 대한 투자의 문제”라고 했다. 공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포츠를 통해 인성을 배우는 것도 공부 못지않게 중요하다. 축구장, 야구장이 많이 생기면 거기서 운동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우리 히어로즈의 포수 김동수가 그랬다. 야구는 자신의 ‘희생’을 기록으로 남기는 유일한 스포츠라고. 야구를 통해 희생정신을 배울 수 있다면 야구장에 대한 투자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이 PD는 “그래서 꿈이 있다”고 했다. “은퇴한 뒤 여건이 된다면 사회인 야구를 할 수 있는 야구장을 짓고 싶다”고 했다. 이 PD가 가장 감명깊게 본 야구영화, 케빈 코스트너의 ‘꿈의 구장’ 때문이다. “전광판에 자기 이름이 박히고 장내 아나운서가 내 이름을 불러주며 그라운드를 뛰는 것을 상상하면….” 말이 끊어졌다. “야구는 30~40대 아저씨들의 로망”이라고 했다. 꿈을 꾸는 것은 언제나 죄가 아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프로야구의 막이 올랐다. 이 PD는 “야구장에 온 가족이 함께 찾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더 많이 야구를 했으면. 이 PD는 “내가 어릴 때에는 보는 것뿐만 아니라 동네친구끼리 ‘곰보공’으로 야구를 많이 하면서 뛰어놀았다”며 “지금 30~40대가 어린 시절에 품었던 야구에 대한 열정이 다시 한번 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기서 다시 ‘1박2일’은 야구와 닮았다. 이 PD는 “우리 프로그램이 ‘야생체험’이다. 밖에서 자연에서 즐기는 것. 야구도 마찬가지다. 온 가족이 함께 밖에서 즐길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야생체험’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야생체험의 야생(野生)과 야구인생 야생(野生)은 한자도 똑같다.

다시 모자 얘기. WBC의 그 모자는 춘천고 재학 시절 야구선수로 활약했던 김C가 선물했다고 했다. “내 큰 머리에 맞는 모자가 별로 없는데 이건 꽤 괜찮다”고 했다. 하긴 이 PD는 MC 강호동과 비슷한 덩치로 매운 어묵과 레몬 먹기 내기에서 이기기도 했다. 혹시 대표팀에서 가장 머리가 컸던 이진영(SK)의 모자가 아니었을까.

인터뷰가 끝났다. 마지막에 물었다. 혹시 야구 열기가 가장 뜨거운 사직구장에서 ‘1박2일’을 촬영할 계획은 없냐고. 이 PD는 “내 취향대로 할 수는 없다”고 단정지으면서도 “부산 야구가 여론의 중심에 선다면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라고 했다. 롯데가 야구를 잘하면 좋은 이유, 또 한 가지가 늘었다.

“출연자도 아닌데 자꾸 언론에 비춰지는 것이 조심스럽다”던 야구광 이 PD는 기자와 함께 신나게 야구 보따리를 풀어놓더니 “이젠 다시 밤새 편집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총총걸음으로 방송국을 향해 뛰어갔다. 올 시즌 연장전 제한이 없어진 한국 프로야구. ‘1박2일’로 야구하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닐까.


이명한PD 또는 이명한 감독이 구상한 여섯 멤버의 라인업은?

‘1박2일’ 출연진으로 라인업을 짠다면… (출연진과 각 포지션을 연결시켜 보세요)

야구 감독과 방송 프로듀서(PD)의 역할이 비슷하다고 말하는 이명한 PD. 그가 직접 ‘1박2일’ 여섯 멤버들의 라인업을 구상해봤다. 투수 강호동=야구를 ‘투수 놀음’이라고 하는 것처럼, 요즘 연예오락 프로그램은 ‘MC 놀음’이라고 할 수 있다. MC가 슬럼프로 흔들리면 감독이 손쓸 수 있는 부분도 한계가 있다. 체격이나 이미지만 보면 강호동이 포수에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지면 역시 투수가 제격이다.

포수 MC몽=본인이 두드러지지 않으면서도 투수가 잘 던지도록 ‘깔판’ 역할을 잘하는 게 포수의 덕목이다. ‘1박2일’에서는 MC몽이 그렇다. 다른 멤버들이 안정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한다.

1루수 이수근=사실 1루수가 참 어려운 자리다. 실수를 저지르면 크게 티가 난다. 잘해봐야 본전이다. 사실 이수근은 정통 개그 프로그램에서만 출연하다가 버라이어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게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멤버들이 웃길 수 있게 적절히 밑밥을 깔아주면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유격수 이승기=어느 포지션이나 다 중요하지만, 유격수는 그중에서도 화려함이 돋보이는 위치라고 생각한다. 6명 가운데 제일 화려하고 눈에 띈다는 점에서 이승기를 유격수에 넣고 싶다. 형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막내이기도 하고, 멤버 중에서 제일 잘생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야수 김C=사실 프로그램 내에서 김C는 MC몽과 마찬가지로 아주 튀지는 않지만 묵묵히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고교시절까지 춘천에서 야구선수로 활약하면서 맡았던 포지션이 외야수이기도 하고, 멀찍이에서 관조하는 듯한 느낌도 있어서 외야수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지명타자 은지원=나와서 자기가 치고 싶을 때 치면 된다. 수비는 신경 안 써도 된다. 녹화할 때 어디론가 사라져 찾게 만들 때도 있고, 또 뒤돌아보면 자고 있는 게 은지원의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엉뚱함으로 ‘한 방’씩 큰 웃음을 주고 있다. 지명타자에 딱이다.

〈 글 이용균·이윤주 사진 김영민기자 runy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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