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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의 만찬]삼선교·양재동 ‘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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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같은 북구지방 음악의 특징이라면, 호사스러운 서유럽 음악과는 달리 장식 없는 멜로디 라인에서 기인한 소박한 선율미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비창’, 보로딘과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 등등을 예로 든다면, 자연과 감성의 가감 없는 진솔함에서 비롯하는 내적 폭발력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음식과 다르지 않아 복합적인 맛보다는 소박하고 단순하지만 깊은 여운을 주는 것이 그네들 음식이기도 하다. 이북 음식의 경우도 이와 같은 궤를 따른다. 고춧가루나 젓갈의 강렬함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을 고스란히 살려낸, 질리지 않는 담백함이 강점이다.

이북 출신으로 한국 음악계의 어른 A교수가 즐겨 찾는다는 삼선교의 ‘하단’. 본래 삼선교 근처 뒷골목에 있는 한옥집이 본점이고, 여러 제반 조건을 고려한 분점이 강남 양재동에 있다. 이 집의 주종목인 만두전골은 가히 이북식 만두의 지존으로 추대할 만하다. 서울 시내 유명 평양 냉면집들에서도 좋은 이북식 만두를 만날 수 있지만, ‘하단’의 전문성에는 미치지 못할뿐더러 냉면집에서 만두전골까지는 취급하지 않는다.

일절 자극적인 맛을 배제한 이 녹두지짐 한 접시는 이 집 전채음식으로 으뜸일 것이다. 여기에 소주를 곁들이며 부드럽고 파삭한 감촉과 음식을 넘길 때 비강으로 부끄러운 듯 스며드는 향을 즐기고 있노라면, 이내 팽이버섯과 느타리 버섯, 약간의 대파와 수육, 육수의 단출한 구성으로 끓여내는 흰색 국물의 시원한 만두전골이 등장한다.

붉고 얼큰한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조금 낯설 수도 있을지 싶다. 그러나 수제만두 특유의 두꺼운 만두피와 푹신한 만두속이 개운한 국물과 어우러진 그 튼실한 질감이 좋다. 텁텁한 아름다움이 주는 ‘하단’에서의 개운한 감동은 이 집이 진정 이북식 만두의 정취를 지니고 있음을 증명해 준다. 만두 전골에 밥을 볶거나 면을 넣어 식사를 할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시원한 냉면을 시키는 것이 좀더 어울리는 듯하다. 칼국수 스타일의 쫄깃한 면과 다진 김치 위에 얼음육수와 무채를 얹은 이 집만의 독특한 냉면이 뒷맛을 확실히 책임지기 때문이다.

분점에서야 바로바로 먹을 수 있지만 ‘오리지널’의 분위기를 느끼고자 삼선교 본점에서 먹으려면 반드시 미리 전화예약을 해야 한다. 주인이 인원수를 맞추어 음식을 준비, 바로 그 자리에서 조리를 해서 내오기 때문이다.

만두전골 특: 2만5000원, 녹두지짐: 1만원, 냉면: 4000원 / 전화: 02) 571-8790

〈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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