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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점 넘는 불만, ‘거리’가 심상찮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철도민영화 반대와 ‘안녕’ 대자보 열풍이 예사롭지 않다. 정부에 대한 불만은 단순한 개별적 표출에 그치지 않고 저항 주체들의 연대로 이어지고 있다. 폭발할 듯한 기운이 금세라도 거리로 쏟아져 나올 기세다. 2014년 새해, 다시 거리의 정치가 시작되는가.

임계점이다. 거리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조짐은 벌써부터 있어 왔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종교계였다. 지난 11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미사가 열렸다. 이러한 움직임에 기독교 일부가 동참했다. 대학생들도 움직였다. 이제는 대학가를 넘어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확산되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은 정부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대선불법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

지난 12월 22일 5000여명의 경찰병력이 민주노총에 강제진입한 사안은 이러한 임계점의 수위를 더 높여주고 있다. 경찰의 민주노총 사무실 강제진입 이후 소설가 고종석씨는 트위터에 ‘민주주의는 거리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고씨는 “민주주의는 원칙적으로 국회에 있어야 하지만, 국회에서 쫓겨난 민주주의는 거리에서 회생을 모색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12월 28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총파업 투쟁을 벌인다. 여기에는 2만명의 민주노총 조합원 및 가족 외에 일반 시민들도 대거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12월 27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앞에서 열린 “철도민영화 반대! 민주노총 침탈규탄! 문화예술계 비상시국선언”도중 한 참가자가 피켓과 꽃을 들고 서 있다. /서성일 기자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2011년 한·미 FTA 반대집회, 반값등록금 집회처럼 다시 민주주의가 거리로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민들의 정치적 감각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관용의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대통령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해주는 역할을 해왔는데 지금 정부가 그러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로서는 거리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면서 “정치는 ‘감각의 문제’인데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급속하게 퍼져나가면서 개인적으로 흩어져 있던 사람들 사이에 정치적 공간이 열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와 관련해서도 촛불집회는 계속적으로 진행돼 왔지만 국정원과 관련한 촛불집회는 거리에서 크게 확산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는 유권자들이 국정원 문제를 묵인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국정원 문제는 어느 순간에 정권의 정통성 문제에 대한 항의에 직면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그게 언제가 될 것인지 짐작해 보면 민생개선의 효과가 없거나 경제민주화나 복지 등의 문제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으면서 그것이 위기로 드러났을 때다”라고 말했다.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과연 박근혜 정부가 민생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온 1년이었지만, 1년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음에도 권위주의적 통치를 강화하면서 이번 철도 민영화와 민주노총 강제진입이 불만이 표출되는 전환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불만은 단순한 개별적 표출에 그치지 않고 저항 주체들의 연대로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이후 끊임없이 노동계와 전선을 그어 왔다. 전교조, 전공노, 민주노총 등 노동계 전반에 공권력을 행사하면서 전면전을 치른 셈이다. 지난 10월, 고용노동부는 전교조가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현재의 규약과 해고자의 노조활동 제한을 시정하지 않았다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9조에 따라 노조 설립 취소를 통보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중순에는 검찰이 일주일 동안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을 세 차례 압수수색한 바 있다. 보수단체인 자유청년연합이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전공노를 고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세 번씩 압수수색하는 것에 대해 검찰이 ‘먼지떨이식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정점을 찍은 것은 지난 12월 22일. 경찰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무실에 강제진입을 시도하면서다. 경찰이 민주노총 사무실에 강제 진입한 것은 민주노총이 설립된 1995년 이후 처음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쉴새없이 노동계를 몰아세우지만 결과는 역설적이게도 박근혜 정부가 고립되는 모양새로 비쳐지고 있다.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한국노총도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할 것을 선언하고, 민주노총 총파업에 연대할 것을 결정했다. 여기에 종교단체, 시민사회단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중심으로 한 대학생들까지 연대 행렬에 합류했다. 노동계를 포위하기 위한 공권력의 행사가 시민사회의 광범위한 연대를 만들어 오히려 박근혜 정부에 대항하는 단단한 저항축의 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지난 12월 22일, 경찰이 강제진입을 시도할 때 뉴스를 보다가 현장에 나와봤다는 한 시민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대통합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었는데, 이런 식으로 국민대통합을 시킬 줄은 몰랐다”며 씁쓸한 농담을 던졌다. 정부에 대한 불만을 매개로 시민들과의 저항의 연대가 형성됐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말이다.

12월 14일 서울 ‘총파업 승리 위한 전국 철도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참석한 ‘안녕들 하십니까’ 대학생들 /박민규 기자

종교단체ㆍ시민사회단체에 학생 가세

노동계의 연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에 문제제기를 하던 야권의 지지층과도 결합할 가능성이 높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군이라든지 국정원이라든지 검찰이라든지 정통적 권력기구를 이용하면서 권위주의적 성향만 강하게 만들어버렸는데, 이것이 민생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자각과 결합하게 되면 오히려 더욱 더 위기를 만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시민사회와 박근혜 정부의 대립선이 복합적인 이슈로 구성되어 있는 점을 지적했다. 서 연구위원은 “지금 시민사회계와 박근혜 정부와 대립선이 만들어지는 것은 단일 이슈 사안이 아니다. 큰 이슈로만 본다면 국정원건, 민영화건으로 나눠지는데 더 중요한 건 이미 상당한 저항주체들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야권 지지층들이 있고, 민영화라는 이슈로 철도노조, 의사협회, 인천공항 비정규직 등의 다주체 연합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전에 전교조와 전공노를 건드린 바 있고, 철도노조를 치면서, 민주노총까지 건드렸다. 또 민주노총을 건드리면서 한국노총까지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노동연대가 가능해지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노동계로 하여금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버린 것인데, 민영화 이슈로 노동계 다주체가 연대했고, 다시 이것이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에 문제를 제기하는 층과 연대를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와 시민사회계가 거리에서 직접 대립·충돌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서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철도 민영화를 막기 위해 야당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철도노조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민주당의 더 큰 문제는 스스로 최대한 노력했다고 하는 것이다. 제1야당의 정책능력, 중재능력, 화해·조정능력 이런 것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할 만큼 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철도 민영화와 관련해서 해당 상임위 민주당 의원들이 별로 관심이 없더라. 솔직히 철도 민영화 정부조달협정 같은 것은 FTA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그런 것들에 반감이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정론관에서 대변인들이 브리핑하는 정도로 반박하는 데 그치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야당 또한 이를 받아안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적된 정치적 요구들이 철도 민영화를 매개로 거리에서 표출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이번 사안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만큼의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택광 교수는 “민영화 의제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맞먹는 의제다. 2011년 있었던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는 단일 의제였다. 그런데 민영화 문제는 전체 구조의 문제와 결합되어 있어서 대단한 폭발력이 있다”고 말하며 “어떤 방향으로 정치가 세팅이 되고 흐름이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정치적 공간이 열리는 정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12월 26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앞에서 열린 ‘민영화 저지, 노동탄압 분쇄, 철도파업 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박 대통령 대응에 따라 폭발력 좌우

결국 이 폭발력의 정도를 결정하는 핵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을 것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청와대가 국무회의 때 해당 부처 장관과 야당이 협조해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이야기를 해주면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인 만큼 그러한 역할이 필요한데,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복경 연구위원은 “지금 저항 주체들이 막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퇴로를 열어주거나 종교지도자들 등의 중재를 받아들여서 일정한 대처를 한다면 양상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사회의 여러 주체들이 움직이게끔 만든 건 정부인 만큼 정부의 태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시간이 많지 않다.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문제와 노동의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는 문제가 내년 상반기, 지방선거 전까지 이어지게 되면 연대고리는 더욱 강고해질 것이고 그 이후에는 손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진입이 있던 다음날인 12월 23일 박근혜 대통령은 법과 원칙에 입각해서 철도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해 절대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불관용의 입장을 밝힌 셈이다. 그러나 정작 불관용의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은 권위주의적 통치에 저항해 거리로 나선 시민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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