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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대학가 넘어 전국·해외로 확산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학생들의 사회참여를 독려하는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는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씨(27)가 지난 10일 교내에 붙인 것으로, 철도노조 파업·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밀양 송전탑 등 정치·사회문제에 침묵하는 대학생들에게 목소리 내기를 독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향신문이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가 게시된 전국 대학을 취합한 결과, 16일 낮 12시30분 기준 고려대학교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67개교에 달했다. 성균관대 등 몇몇 대학에는 각 학교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작성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내걸렸다.

☞ [화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모음보기

또 일부 대학에서는 ‘안녕들 하십니까’를 반박하는 대자보도 내걸렸다. 경북대에는 ‘안녕들 하십니까’를 반박하는 대자보가 붙자, 이를 재반박하는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고려대 주현우씨(27)가 지난 10일 교내에 붙인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는 고등학교에도 내걸렸다. 이날 오전 전북 군산여고에는 ‘고등학교 선배님들 학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와 쪽지가 각각 내걸렸다.

필자인 채모양은 자보에서 “저는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선거에 개입한 정황들이 속속들이 드러나 촛불집회가 일어났을 때도 안녕했고, 그것이 직무 중 개인 일탈이며 그 수가 1000만건이라는 소식이 들릴 때도 전 안녕했습니다”라며 “바로 앞 군산 수송동 성당에서 시국 미사가 일어났을 때도 또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여 철도파업이 일어났어도 전 안녕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고등학생이니까요”라며 담담한 어투로 대자보를 어어 갔다.

그러나 채양은 끝 부분에 이르러서는 “3·1운동도 광주학생운동도 모두 학생이 주체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일어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합니다. 이 행동이 훗날 저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저는 참으로 두렵습니다. 무섭습니다. 그래서 저는 외칩니다. 꼭 바꿔야 한다고 민주주의를 지키자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미래로 바꿔야 한다고 말입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경기·경북 지역의 고등학교에도 자체적으로 작성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게시됐다.

경기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 걸린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은 유학생 등을 통해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확산됐다.

미국 UC버클리에 재학 중인 신은재씨와 박무영씨는 지난 13일 캠퍼스 내 ‘Free Speech Movement Cafe’(자유언론운동 카페) 앞 게시판에 ‘저도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제목의 자보를 붙였다. 이 자보가 게시된 곳은 1960년대 미국 학생운동의 중심지 가운데 한 곳이다.

이들은 자보에서 “고대의 학우님처럼 누군가 물어 봐 주길 기다렸습니다. 금수저 물고태어나 유학까지 와 있는 제가 ‘안녕하지 못합니다!’ 라고 하기엔 가진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88만원이 얼마나 큰돈인지 혹은 작은 돈인지 알지 못하고 살아왔기에, 너무나 안녕했기에 안녕하지 못함을 이야기 하는 것이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나, 안녕하지 못합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들은 이어 “파업을 이유로 고작 나흘 만에 무려 7800여명의 노동자들이 일터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부당하게 해고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수십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서초동 삼성본사 앞에선 배고픔을 호소하며 죽어간 노동자의 동료들이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유학까지 와서 공부한 나 또한 노동자가 될 것이기에, 그들의 지금이 나의 미래이기에, 나는 결코 안녕하지 못합니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자보 말미에 “버클리 학우 여러분, 우리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유학이라는 쉽지 않은 선택을 했습니다. 이는 결국 좋은 일자리를 얻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침묵으로 스펙 전쟁과 취업 전쟁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노동자로서 기본적인 권리는 보장받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또한 국민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분명한 문제와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충주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걸린 게시물



학교가 아닌 아파트에도 내걸렸다. 충북 충주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벽면에 ‘다들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걸렸다.

‘OOOO호 OO아빠’라고 밝힌 필자는 “요 며칠사이 대학생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걱정하며 이런 저런 자기 의견을 학교 게시판에 써서 붙인다고 하네요. 저만 잘 살아보겠다며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지금의 저를 보니 어린 이 친구들 보기가 부끄러워집니다”라며 “지금의 우린 너무 나만의 ‘안녕’만을 생각하고 살고 있지는 않나요? 우리 모두가 같이 ‘안녕’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이 세상이 더 살맛나는 그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밝혔다.

‘안녕들 하십니까’이미지들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은 온라인으로도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 대자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 사진을 ‘안녕들 하십니까’ 문구가 담긴 이미지로 교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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