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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구들장논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요청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영화 <서편제>, 드라마 <봄의 왈츠>의 촬영지로 이름난 전남 완도 청산도. 바다와 산, 들녘이 자연 그대로 고이 간직돼 있어 아시아 지역 ‘슬로시티 1호’라는 명예가 붙어 있는 섬이다. 이곳 산자락엔 계단식 논이 켜켜이 비탈을 떠받치고 있다. 이른바 ‘구들장논’이다.

구들장논은 전통 온돌에 쓰이는 널따란 구들장을 논바닥에 깔고 그 위에 흙을 부어 만든 것이다. 들녘에 자갈이 많아 지형적으로 논을 얻을 수 없는 곳이었다. 물도 귀했다. 그래서 쌀 한 톨 얻을 수 없었다. 주민들이 이런 척박한 현실을 ‘구들장논’으로 극복해낸 것이다. 구들장논은 다른 지역의 계단식논과 똑같아 보이지만 위논과 아래논을 가르는 언덕 아래에 아궁이처럼 보이는 배수로가 나있다. 위논 구들장 밑으로 스며든 물을 모두 받아 이곳 배수로에 모이도록 한 것이다. 물 한 방울이라도 아끼겠다는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곳 구들장 논은 지난 1월 ‘국가농업유산 제1호’로 지정됐다. 정부가 사라져가는 전통농어업 형태와 그 기법을 보존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구들장논이 지구촌에서 유일하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오면서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등재 추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남 완도군 청산도 부흥마을 구들장논 풍경. 다른 지역 계단식 논과 비슷하지만 논과 논 사이 아궁이 같은 배수로가 나 있는게 다르다. 위논에서 스며든 물이 고여 아래논으로 흐르도록 설계돼 있다. | 완도군 제공


전남도와 완도군은 30일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완도 구들장논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은 ‘다음 세대에 전해줘야 할 중요한 농법이나 생물 다양성 등을 지닌 지역’을 국제적으로 보존토록 하는 제도다. 2002년부터 도입됐으며, 현재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의 생태농지 등 11개국 19곳이 지정돼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전남도는 다음달 4~5일 이틀간 FAO 관계자들이 이곳 부흥·양지·상서 등 3개 마을 4.9㏊ 논을 둘러보는 등 본격적인 등재절차에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부흥마을 양성필 이장(60)은 “자식들 입에 쌀밥 한 끼 먹이려고 조상님들이 힘들게 ‘구들장논’을 만들었다”면서 “400년 이상 된 논들이 방치되고 있어 마음 아팠는데 보존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김종식 완도군수는 “올해부터 예산 15억원을 들여 보존활동과 체험관광사업을 펼치게 된다”면서 “온갖 어려움을 헤쳐나온 이곳 주민들의 지혜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돼 더욱 뜻이 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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