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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유리벽·유리천장… 대리급 여성 76% “여성 직속 상사 없어요”
특별취재팀
ㆍ남성 조직 문화, 승진에 장벽

정은지씨(36·가명)는 대기업 계열사 기획팀에서 일한다. 아이는 하나. 두 돌이 갓 지났다. 정씨는 요즘 회사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고민스럽다.

정씨의 회사에 여성 임원은 한 명도 없다. 부장급 중에는 여성이 몇 명 있지만 대부분 독신이다. 정씨가 경력관리에 참고할 만한 여선배는 그룹 전체를 뒤져도 찾기 힘들다. 회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여직원은 40대 중반이다. 정년 60세 시대라지만 정씨는 앞으로 잘해야 10년 정도 일할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정씨의 회사는 여성 상사를 찾을 수 없는 ‘매우 평범한’ 한국 회사 중 하나다.

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이 최근 공개한 ‘2012년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기준 미달 사업장 현황’을 보면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대상 기업들의 여성 고용비율은 35.24%였지만 여성 관리자 비율은 16.62%에 불과했다. 여성 관리자가 한 명도 없는 기업도 전체 1674곳 중 366곳이나 됐다.

2010년 여성가족부 의뢰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여성관리자패널조사’를 보면 여성들의 직속상사는 80.1%가 남성이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 상사는 더 줄어들었다.

여성 직장인들이 “회사에 여성 상사, 여성 멘토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리급 여성들의 경우 여성 직속상사가 있는 경우는 24.3%였다. 하지만 차장급 이상의 경우 여성 직속상사가 있는 경우는 12.6%에 그쳤다.

여성의 승진 제약을 뜻하는 ‘유리천장’은 직무차별을 가리키는 ‘유리벽’에서 시작한다.

정씨의 회사는 소위 ‘힘있는 부서’에는 여성을 잘 배치하지 않는다. 정씨는 영업부서에서 일하기를 희망했다. 협상력도 있고, 사람을 만나는 일이 본인에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사철에 들은 이야기는 “여자가 무슨 세일즈냐”는 것뿐이었다. 중요한 부서에 배치되지 못하니 경력관리가 될 리가 없다. 한직 부서만 전전하다 조직 내에서 자신의 미래를 찾지 못한 여성들은 쉽게 사직을 택한다.

여성가족부 이기순 대변인은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는 이유는 사내에서 비전을 찾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조직 내 네트워크에 여성이 동참하지 못하는 것도 유리천장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다.

정씨는 “남성 직원들끼리는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고 말했다. 업무시간에 짬내서 우르르 담배를 피우러 몰려가는 모임부터 회사 동호회까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술자리에서는 회사 내 중요한 정보가 교환된다. ‘라인’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모임에 참여할 수 없는 기혼 여직원은 사내정치에서 밀린다. 정씨는 사내 네트워크에 합류하지 못하는 스트레스도 크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금재호 선임연구위원은 “큰 조직에서는 팀워크도 중요하기 때문에 업무능력이 같더라도 여성이 남성에게 밀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여직원의 조직문화 적응을 위해 회사차원의 배려는 물론 중간직급 여성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전병역(산업부)·김재중(정책사회부)·남지원(사회부)·이혜인(전국사회부)·이재덕(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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