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뉴스
일반
“한국 유상원조 비율 40%로 높다”… 빈곤국엔 부채 부담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ㆍOECD 개발원조 보고서
ㆍ최빈국 무상원조 중요성 강조… “구속성 원조도 여전히 많아”

한국의 최빈곤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에서 유상원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이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는 29일 공개한 한국 ODA에 대한 동료검토 결과보고서에서 한국은 원조를 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양허성 차관(유상원조) 비율이 40%로 높다고 지적했다. 유상원조를 하는 몇 안되는 나라인 프랑스, 영국도 27% 정도이고 대부분 100% 무상원조를 하고 있다.

개발원조위는 특히 ‘고채무빈곤국’ 들에 주는 유상원조 비율이 18%로 타국에 비해 높다고 지적했다.

개발원조위는 “유상원조는 적절한 상황하에서는 유효한 개발재원이지만 한국은 유상차관 프로그램이 개도국, 특히 최빈국, 취약국 그리고 부도 위기에 처했거나 처할 위험이 있는 국가들의 부채 수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고채무빈곤국에 유상원조를 하는 것은 이 국가들을 ‘빚의 구렁텅이’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아 개발원조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적당한 수준의 부채가 개발의 선행조건이기 때문에 대부분 선진국들은 양허성 차관을 최빈국이나 취약국보다는 중소득국에 많이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유상원조는 중소득국에 38%, 저소득국에 39%가 가는 등 그 비율이 비슷하다고 개발원조위는 지적했다. 개발원조위는 “한국이 다른 회원국들보다 유상차관을 더 중시하는 이유는 과거 유상원조를 받아 이룬 개발 경험에 기인한다”며 “일부 한국의 정치지도자들과 원조 관리자들은 유상 차관이 개도국에 필수적인 건전한 재정운용을 촉진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유상원조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그리고 과거 개발독재 시대에 익숙한 일부 정치인들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인다.

이에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국제추세는 무상원조로만 할 경우 재원 조달에 한계가 있어 개도국의 개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상원조를 늘리는 것”이라며 “다만 유상원조를 할 때 수원국의 채무 상환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권고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손혁상 경희대 교수는 “현재 유상원조를 주는 나라는 극소수”라며 “빚을 갚을 수 없는 국가에 유상원조를 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국제 규범”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원조의 질 역시 낮게 평가됐다. 원조의 질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인 양자원조의 구속성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다. 구속성 원조는 공여국의 인적·물적 자원을 이용하는 조건으로 원조를 주는 것으로 과거 일본이, 현재는 중국이 이러한 원조 행태로 수원국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개발원조위는 한국이 2009년 ODA의 75%를 비구속성 원조로 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비구속화 비율은 2009년 44%에서 2010년 32%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빈국에 대한 비구속성 원조의 비율은 27%(2010년)로 개발원조위 평균 88%보다 현저히 낮았다. 이는 최빈국 개발을 돕는다는 원조의 본래 취지보다 자국이익을 중시하는 후진적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발원조위는 한국 시민사회는 유·무상 원조에 대한 제한된 정보만 일반에 공개된다고 느끼고 있다며 한국의 급격한 ODA 규모 확대 계획을 감안하면 국회와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개발협력의 가치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또 유·무상으로 나눠진 원조 체계와 무상 내에서도 다양한 정부부처 기관들 사이에 조율이 잘되지 않는 분절화 현상을 지적하며 국무총리실 산하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기획과 예산 과정에서 최상위 의사결정기구로 제대로 기능해야 한다고 했다.

개발원조위는 한국이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올라선 뒤 최근 5년 사이 ODA 규모를 세 배 확대하고,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을 제정하는 등 원조 체계를 다지기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은 2010년 1월 선진 공여국의 모임인 개발원조위에 가입한 뒤 이번에 처음으로 동료검토를 받았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