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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흡 헌재 후보자, 위헌 의견 25건 중 4건뿐… ‘체제 옹호 성향’ 두드러져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ㆍ‘헌법 판례 100선’ 전수 조사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61)가 헌법재판관 재직 당시 과거의 법을 고쳐야 한다는 ‘상황변경’ 의견을 낸 비율이 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헌재의 상황변경 의견 비율인 4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상황변경 의견은 과거 법에 대한 위헌 의견, 과거 법을 바꾼 새로운 법에 대한 합헌 의견을 합한 것이다. 이 같은 수치는 이 후보자의 체제옹호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헌법재판은 입법부와 행정부를 견제하고, 소수자를 보호한다는 목적이 있는 만큼 이 후보자는 헌재소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9일 한국헌법학회가 최근 펴낸 ‘헌법판례 100선’에서 이 후보자가 관여한 25건을 모두 분석했다. 그 결과 이 후보자는 이 가운데 4건에서만 상황변경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자와 재직 기간이 같은 김종대 전 재판관 14건, 목영준 전 재판관 10건 등에 비해 크게 낮다. 같은 기간 헌재의 결론이 위헌 등 상황변경인 경우는 10건이었다. 위헌 결정이 나려면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재판관 개인의 위헌 의견은 평균적으로 이보다 높다. 이를 고려하면 이 후보자는 재판관들 중에서도 두드러지게 과거 법에 합헌 의견을 많이 낸 셈이다.

이 후보자가 위헌 의견을 낸 4건 가운데 3건은 헌재의 최종 결론과 같다. 재판관 6명 이상의 절대 다수 의견에 찬성한 것으로 두드러지게 위헌 의견을 내지는 않은 것이다. 헌재의 결론과 달리 재판관 3명 이내의 소수로 위헌 의견을 낸 사건은 하나뿐이다. 사건은 직계존속을 고소하지 못하게 정한 형사소송법 조항에 관한 것이었다. 이론적인 쟁점이 있을 뿐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사건이다.

반면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으로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사건에서 합헌을 주장한 경우는 매우 많다. 온라인 선거운동 금지, 전기통신기본법(미네르바 사건), 일본군 위안부 미해결, 확정판결 전 직무정지(이광재 사건) 사건 등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사건에서 다른 재판관과 달리 합헌 의견을 냈다. 이 후보자는 같은 합헌 가운데서도 아예 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각하 의견을 많이 냈다. 법률 전문가들은 “헌법재판은 위헌 결정을 통해 다수가 만든 과거의 부당한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며 “이런 목적에 비춰보면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에 매우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를 국회의 과반 동의만으로 통과시켜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계속되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2006년 열린우리당은 과반 확보 여당이었는데도 전효숙 후보자를 포기했다. 행정부 장관도 아닌 사법기관의 수장은 여야 합의가 이뤄진 경우에만 임명되는 게 맞다”고 했다. 이는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2008년 독일 사회민주당(SPD)은 헌재소장으로 호르스트 드라이어 뷔르츠부르크 대학 교수를 추천했다. 하지만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진보적인 입장 때문에 기독교민주당(CDU)의 반대에 부닥쳤다. 사민당은 곧바로 드라이어를 철회하고, 안드레아스 포스쿨레를 추천해 그해 4월에 통과시켰다.

이 후보자가 소장이 된다면 대법원과 통합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정권에서 개헌 논의 가능성이 있는데 대법원과의 통합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 확실하다”면서 “헌법재판을 부담스러워하는 여당의 일부와 이 후보자에 반감을 가진 야당 일부가 결합해 대법원과 통합시킬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법원은 헌재를 통합하겠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으며, 이강국 소장도 최근 내부 강연에서 ‘통합은 헌법재판이 죽는 길’이라며 특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헌재가 대법원에 흡수될 경우 헌법재판은 크게 퇴보할 것이라는 게 헌법학자들의 합의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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