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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노동자 죽음 몰아넣는 손배소 남용 근절돼야
지난 21일 노조 사무실 완강기에 목을 맨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 최강서 조직차장이 휴대폰에 남긴 유서에는 노동자의 패배감과 절망감이 절절하게 담겨 있다. 그는 “자본 아니 가진 자의 횡포에 졌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썼다. 최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결정적 동기가 회사 측이 막대한 액수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며 노조를 압박한 것임을 보여준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노조와 합의하면서 고소·고발 취하와 손해배상 최소화를 약속하고도 158억원의 손배소를 제기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손배소나 구상금 청구, 가압류 등의 방법으로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기업의 행태와 이를 외면 또는 방조, 심지어 동조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가 계속되는 작금의 노동 현실을 지켜보자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어제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등 5개 법률가 단체가 노조에 대한 정부·기업의 부당한 손해배상 청구 중단과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파업에 대한 사측의 손배소 액수가 알려진 것만도 1000억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한진중공업 외에 쌍용자동차 237억원, MBC 195억원, KEC 156억원,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116억원, 철도노조 98억원, 유성기업 40억원 등이고, 수억원대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쟁의행위에 대해 폭력적인 상황으로 진행되지 않는 한 배상 책임을 지울 수 없음에도 사측이 손배소와 가압류제도를 노조를 파괴하는 수단으로 악용·남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열흘도 안돼 4명의 노동자·활동가가 자살하고 그 빈소를 지키던 1명이 쓰러져 숨졌다. 모두 손배소 남용을 비롯한 기업의 노동 탄압과 국가의 편향적인 노동정책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박 당선인이 ‘100% 대한민국’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패배감과 절망감부터 보듬길 바라지만 지금까지 논평 한마디 없는 것이 아쉽다. 한진중공업도 최씨 대책과 관련한 노사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니 암담하다. 돈 있는 자가 돈 없는 자들을 돈으로 압박하는 것은 그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과 같다. 최씨가 유서에서 말한 ‘악질자본’이 따로 있지 않다. 사지로 내몰린 노동자를 배제한 가운데서는 ‘국민행복시대’ 또한 열리지 않는다. 사측은 무분별한 손배소를 철회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근절하기 위한 노조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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