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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능통한 원어민 교사 채용해야”
글·사진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ㆍ언어정책 전문가 필립슨 교수, 국립국어원 학술대회 기조연설

“유럽연합(EU)에서도 문서의 3분의 2가 영어로 작성되고 있고 점점 더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아세안(ASEAN) 10개국에서도 주요하게 쓰이는 언어는 영어 한 가지뿐입니다. 그중에서도 영어를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 캄보디아 같은 나라들은 더 불리합니다.”

국립국어원이 주최한 ‘세계화 시대의 자국어 진흥정책’ 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한 로버트 필립슨 덴마크 코펜하겐 경영대학원 교수(70·사진)는 20일 영어의 전 세계적 영향력 확대를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언어정책 전문가인 그는 <언어제국주의>를 저술했고 2010년 유네스코 언어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영어공부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며 언어에 대한 가치판단은 할 수 없다”며 “영어가 어떤 목적을 위해 기능하는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언어제국주의의 요소들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배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특권이 주어진다’ ‘다른 언어를 희생하면서 지배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시키려 한다’ ‘언어제국주의가 내면화됨으로서 지배 언어가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지배 언어라는 말을 ‘영어’로만 바꾸면 우리 사회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 그는 전통적인 언어제국주의가 미국·영국 등이 식민지에서 영어를 강조한 것이라면 현대에는 그 양상이 좀 더 복잡하다고 말한다. “오늘날 영어가 세계적으로 확장된 것은 미국의 세계화 전략, 자본주의의 확장과 뗄 수 없는데 기업·금융계의 요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필립슨 교수는 언어제국주의의 예로 우리나라의 원어민 교사를 꼽았다. “제가 만약 한국의 교육부 장관이라면 한국어에 능통하고 한국 문화와 사회·경제를 잘 이해하고 있는 원어민 교사를 채용할 것입니다. 한국에 일하러 온 사람들이 몇 년이 지나도 한국어를 배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충격적이고 오만한 태도입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말하는 원어민(그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흑인이나 필리핀·인도 사람들은 영어가 모국어인데도 원어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영어는 단일 언어로, 원어민에게서, 어릴 때, 많이 배울수록 좋고 다른 언어를 많이 사용하면 영어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은 성공적인 외국어 학습과 이중언어 교육의 증거를 무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필립슨 교수는 한국의 대학교에서 영어 강의가 의무화되고 영어 논문쓰기가 장려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영어를 쓰는 것이 학문에 더 유리하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대학교육을 영어로만 진행하는 것은 어떤 경험을 토대로 하더라도 옳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의 대학에서는 자국어와 영어를 꼭 동시에 사용하도록 이중어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에는 언어 간 위계가 있는데 그것을 내재화하기보다 공개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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