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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대본 수술장면, 일단 두렵죠 24시간 쉬지 않고 찍은 적도”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ㆍ드라마 ‘골든 타임’서 명품 연기

<하얀거탑> <뉴하트> <브레인>. 걸출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가 포진해 있고, 국내 의학 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는 작품들이다. 여기에 또 한 작품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MBC 월화드라마 <골든 타임>이다. 그리고 <골든 타임>을 추가하게 된 건 전적으로 배우 이성민(44·사진) 덕분이다.

이 드라마는 방송 시작 전에는 이선균, 황정음을 투톱으로 내세웠으나 어느새 환자의 목숨을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는 의사 최인혁, 그를 연기하는 배우 이성민이 드라마의 중심이 됐다. 청춘남자 배우들의 전유물이던 ‘○○앓이’(특정 배우나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 매우 좋아하는 것을 일컬음)는 이제 ‘최인혁앓이’로 바뀌었고 이를 호소하는 시청자들의 글로 <골든 타임> 게시판은 몸살을 앓고 있다. 촬영 때문에 두 달간 부산 세트장에서 머무르고 있는 그를 지난 2일 전화로 만났다.

▲ “비주류의 길 걷는 의사 연기 나와 닮아 해볼 만하다 생각
맨날 세트장에 있으니 답답… 밖에서도 촬영하고 싶어요”


-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촬영장에만 있다 보니 잘 모르겠어요. 두 달간 세트장에 있으면서 집에는 한 번 갔다 왔으니까요. 그전에 화제가 됐던 의학 드라마와 달리 또 다른 특이한 분야이다 보니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네요.”

- 매회 등장하는 수술 장면에 늘 피가 낭자하고 속도감도 상당한데, 다른 드라마에 비해 촬영장의 긴장감이 클 것 같습니다.

“대본에 수술 장면 나오면 일단 두렵죠(웃음). 보시면 알겠지만 개복해서 지혈하고 봉합하는 장면까지 끊김 없이 한 번에 가야 해요. 촬영이 압축된 수술이라고 보면 되죠. 게다가 혼자가 아니라 수술팀이 일사불란하게 한번에 움직여야 하거든요. 그렇게 쉬지 않고 24시간 수술 장면을 찍은 적도 있는데, 다들 긴장한 상태로 버티면서도 아드레날린이 나온대요. 촬영 끝나고 나면 마치 익스트림 스포츠를 한 것 같은 성취감도 생겨요.”

그는 의학 드라마 <브레인>에서 처세에 능하고 잇속을 챙기는 신경외과 과장 고재학을, <파스타>에선 속물이지만 ‘허당스러운’ 레스토랑 사장을 맡는 등 주로 코믹한 악역을 연기해왔다. 전작인 <더 킹 투 하츠>에서 자애롭고 현명한 국왕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 왜 의사 최인혁을 맡겼다고 생각하세요.

“처음에 제안을 받고 좀 의외였어요. ‘왜 나지?’ 싶어서 물어봤죠. 그런데 여기 등장하는 인물이 주류의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지방병원, 사투리를 쓰는 설정도 그런 이유에서고, 최인혁도 주류의 삶을 걷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 설명을 듣고 보니 나 역시 주류 배우는 아니니까 내가 연기하면 어울리겠다,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투리가 자연스러운 그는 경북 영주 출신이다. 고2 때 연기의 매력에 빠져 배우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연극영화과에 지원했지만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에 막혔다. 결국 대구에서 극단활동을 10년간 하다가 2002년 서울로 와 극단 차이무에서 연극무대에 섰다. 그가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것은 2007년 드라마 <대왕세종>에서 선비 최만리를 연기하면서다. 이후 그는 수십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개성 강한 조연으로 얼굴을 알렸다.


- 최인혁은 어떤 사람인가요.

“처음엔 뭐 이런 의사가 다 있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자문해 주시는 다른 의사분들이 하나같이 그래요. 석해균 선장을 살렸던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님 같다고. 환자를 살리겠다는 신념 하나로 사는 분이라는데 만나보지는 못하고 인터뷰 기사만 찾아봤어요. 대단한 분이시더라고요.”

- 정치하는 의사들, 즉 그전에 맡았던 고재학 같은 의사들에게 최인혁이 많이 당하고 있는 모습이 한편으론 재미있기도 해요.

“그때 괴롭혔던 거 당한다는 생각이 들죠(웃음). 그래서인지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의 속마음이 충분히 이해돼요. 다들 생명을 살리는 데서 보람을 얻는 의사를 꿈꾸고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시스템 속에서 치이고 살아남으려다 보니 그런 행동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고재학을 연기할 때도 수술실에서만큼은 진짜 의사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 워낙 코믹한 역할을 많이 하셨는데 실제 성격은 어떤 편인가요.

“원래는 최인혁처럼 진중한 편이에요. 숫기도 없고 낯을 가려서 촬영장에서도 거의 말을 안 해요. 그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았어요. 연기는 웃기게 하다가 촬영만 끝나면 말 한마디 없이 가만히 있으니까. 이번엔 워낙 진중하게 하다 보니 선균이가 ‘형, 앞으로 코미디는 안 할 거야?’라고 물어요.”

- 최인혁은 사생활이 없이 오로지 수술, 환자뿐인데요. 그나마 간호사 신은아(송선미)와의 관계가 발전할 가능성이 있던데 멜로는 나오나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맨날 수술하고 환자만 보느라 세트장 안에만 있는데 밖에도 좀 나가서 촬영하고 싶어요(웃음). 워낙 하드하고 여유가 없는 드라마라 어떨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좀 생겨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요?”

- 시청률 많이 신경쓰이나요.

“그럼요. 처음에 시청률 안 나올 땐 뜨끔했어요. 다 내 탓인 것 같고, 괜히 나를 써서 드라마가 이렇게 됐나 싶고 부담이 많았죠. 다행히 오르고 있다고 해서 한숨 돌리고는 있지만 끝날 때까지 조마조마할 것 같아요.”

- 의료 현실에 대한 궁금증도 많이 생길 것 같은데요.

“죽어가는 환자들 앞에서 최인혁은 이것저것 재지 않고 덤비잖아요. 그런데 다른 의사들은 그렇지 않아요. 왜 그런지 이유를 물어봤더니 용기가 부족한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내 영역 밖에 있는 환자를 책임지는 게 부담스럽고 겁나는 거죠. 굉장히 위험하고 예민하고 민감한 문제인 건데, 한편으로 이해도 되고 다른 한편으론 최인혁의 용기에 감탄하게 돼요.”

- 시청자 입장에선 최인혁 같은 의사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럴 수 있다고 봐요. 나 역시 그랬는데 이 드라마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아직 우리나라에 이런 열정과 뜨거운 가슴을 가진 의사가 많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환자와 생명을 향해 갖고 있는 진정한 마음을 최인혁을 통해 잘 전달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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