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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이 뽑은 2011 최고의 시, 안도현 ‘일기’
한윤정 기자 yjhan@kyunghyang.com
ㆍ장편소설 한강 ‘희랍어 시간’
ㆍ영화에는 이한 감독 ‘완득이’

전문가들이 꼽은 지난해 최고의 시는 안도현의 ‘일기’였다.

도서출판 작가가 120명의 시인, 문학평론가, 출판편집인에게 지난해 가장 좋은 시를 추천받은 결과, 계간 ‘시인수첩’ 가을호에 실렸던 안도현의 ‘일기’가 꼽혔다. 시집으로는 박형준 시인의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문학과지성사)가 선정됐다. 작가는 또 지난해 발표된 소설 가운데 가장 좋았던 작품으로 박형서의 단편 ‘아르판’과 한강의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문학동네)을 선정했다.

시 선정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안도현의 시에는 은일자적 태도 속에서 삶의 적막을 제 집으로 삼고 다스리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나타나 있다. 이 삶의 태도는 곧 시적 태도와 구별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형준의 시집 역시 “남루한 일상을 살지만 이를 긍정하는 시적 힘이 감동적으로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 시는 현실의 남루와 우울을 적극적으로 껴안으면서도 현재를 대면하고 떠안는 힘이 강했다는 총평이 나왔다.

소설의 경우, 박형서의 작품이 지난해에 이어 연속 최고의 소설로 뽑혀 눈길을 끌었다. ‘아르판’(계간 문학과사회 여름호)은 작가 자신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메타소설로, 제3세계 작가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와카족(태국과 버마의 접경지대에 사는 종족) 작가 아르판과의 동행을 통해 소설의 개념을 둘러싼 문화적 차이를 탐구하고 있다. 가장 좋았던 작품으로 뽑힌 한강의 <희랍어 시간>은 실어증에 걸린 화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독일 입양아 출신 희랍어 강사가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두 작품 모두 언어와 문화의 문제에 천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편 영화평론가와 문화예술인 10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해 최고의 영화로 한국 영화는 이한 감독의 <완득이>가, 외국 영화는 캐나다 출신 드니 빌뇌브 감독의 <그을린 사랑>이 차지했다. <완득이>는 세대갈등, 공교육, 장애, 다문화 등 현대사회의 핵심 이슈를 경쾌하면서도 진지하게 짚어내 “한국 영화산업이 배태할 수 있는 최선의 대중영화”란 찬사를 받았다. 또 <그을린 사랑>은 엄마의 유언에 따라 자신들의 뿌리를 찾아 중동으로 떠나는 쌍둥이 남매의 이야기로, 개인과 사회의 역사가 불가분의 관계임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얻었다.

■ 일기

안도현



오전에 깡마른 국화꽃 웃자란 눈썹을 가위로 잘랐다

오후에는 지난 여름 마루 끝에 다녀간 사슴벌레에게 엽서를 써서 보내고

고장 난 감나무를 고쳐주러 온 의원醫員에게 감나무 그늘의 수리도 부탁하였다

추녀 끝으로 줄지어 스며드는 기러기 일흔세 마리까지 세다가 그만두었다

저녁이 부엌으로 사무치게 왔으나 불빛 죽이고 두어 가지 찬에다 밥을 먹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 말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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