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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감세 인한 재정 악화’ 현실로 … 결국 ‘MB노믹스’ 좌초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ㆍ감세 → 성장 → 분배 정책 사실상 실패 인정

정부와 한나라당이 소득세, 법인세 추가감세 철회에 합의한 것은 기업의 세금부담을 낮춰 경제성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MB노믹스’의 핵심 기조가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효과가 불분명한 감세정책을 지속하면서 재정건전성까지 회복하는 ‘두 마리 토끼몰이’ 전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선거를 앞두고 친서민이라는 상징적 효과를 노린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뿌리는 ‘7·4·7 공약(7% 성장, 1인당 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철학은 대기업과 수출기업이 성장하면 그 과실이 서민·중산층으로 확산된다는 ‘트리클다운(Trickle-Down: 낙수) 효과’였고, 구체적인 수단은 감세와 규제완화였다. 추가감세 철회는 감세→성장→분배의 선순환 논리에 기반을 둬왔던 정부 정책이 사실상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시인한 것에 가깝다.

총리에게 손 내미는 여당 대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김황식 국무총리(오른쪽)와 악수하기 위해 다가가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7·4·7 공약을 앞세운 현 정부는 2008년 출범 이후 첫 번째 세제개편 작업에서 상당수 직접세를 완화하는 대규모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종합부동산세는 무력화됐고, 법인세와 소득세도 큰 폭으로 완화됐다. 이 때문에 부자들에게만 감세 혜택이 돌아간다는 이른바 ‘부자감세’ 논란이 일었고, 세수감소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제기됐다.

우려는 그대로 현실화됐다. 3년이 지난 지금 트리클다운 효과는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괴리’라는 정부 고백처럼 중산층과 서민에게 온기를 전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4·7 공약도 실제 지표에 근접조차 하지 못한 공수표가 됐다.

2006년 5.2%, 2007년 5.1%로 2년 연속 5%대를 기록했던 성장률은 2008년 2.3%로 떨어진 뒤 2009년에는 0.3%로 겨우 마이너스 성장을 면했다. 지난해 6.2% 성장하며 일시적으로 7%에 근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기준이 되는 전년도 성장률이 워낙 낮아 기저효과의 덕을 본 것뿐이었다. 지난 3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9%에 그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 따른 전 세계 경기둔화가 직접적인 영향이지만 4% 수준인 잠재성장률을 2~3%나 웃도는 7% 성장은 애초부터 달성이 불가능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미국과 유럽발 재정위기가 급부상하는 가운데 정부가 당초 5%였던 올해 성장 전망을 4.5%로 0.5%포인트 하향수정하기도 했지만 현재로서는 4.0% 선을 지키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759달러로 겨우 2만달러를 회복했고,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규모도 세계 15위다. 7·4·7 공약은 반토막 성적에 그치고 있다. 전망은 더 나쁘다. 집권 초반 수출·대기업을 위해 추진됐던 ‘고환율·저금리’ 정책은 원자재가격 상승 등 대외 악재와 맞물려 부메랑으로 돌아와 물가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5.3% 올라 3년 만에 최고치였다. 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가계대출 연체율이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규모는 물론 질까지 나빠지고 있다. 국내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도 최근 증가율이 급락해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19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실물경제 지표 곳곳이 비상신호를 보내고 있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부자감세가 기대했던 효과 대신 기업들의 현금보유 증대와 함께 재정만 악화시켰다”며 “하지만 기존에 내린 세금을 원상회복하지 않은 데다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고려하면 정부가 MB노믹스를 포기했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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