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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형교회, 헌금봉투에 구멍 왜 뚫었을까
주영재 기자 jyeongj@kyunghyang.com
서울 목동 A교회의 신자 ㄱ씨는 일요일에 헌금할 때마다 머뭇거리며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헌금함 옆에 비치된 6종의 헌금봉투 모두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있어 안에 넣은 돈의 색깔을 쉽게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ㄱ씨는 “돈이 없을 때는 1000원짜리나 5000원짜리 지폐도 넣을 수 있는데, 구멍이 뚫려있어 남들이 볼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A교회는 신자수가 8000명, 한 해 재정운용액만 100억원이 넘는 대형 교회다.

용산구의 B교회도 같은 크기의 구멍이 난 헌금봉투를 비치하고 있다. B교회 역시 3개관을 운영하는 대형교회다.

구멍 뚫린 헌금봉투에 대해 시민들과 신자들은 대부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김주영씨(30)는 “너무 드러내는 것 같아 보기 좋지 않다”며 “금액이 다 보이고 내는 사람들이 이를 의식하니 부담감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목동 소재 한 대형 교회의 헌금봉투 보관대에 놓인 봉투. 펀치로 구멍이 뚫려 있다

A교회 측은 “요즘 대형교회의 경우 거의 이렇게 한다”면서 “헌금봉투에서 돈을 꺼내는 작업을 할 때 돈이 남아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봉투에 구멍을 뚫어 남은 돈이 있는지 쉽게 구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량의 헌금봉투를 집계한 적이 있다는 한 신자 역시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서 종종 있는 것처럼 봉투에 돈이 남아 있는 경우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B교회 관계자는 “3년 전부터 구멍 뚫린 헌금봉투를 비치했는데 아직 불쾌감을 느끼거나 불편하다며 불만사항이 접수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개수작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교회의 설명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인 신도들도 있었다. 문제가 됐던 교회를 한때 다니다 다른 교회로 옮겼다는 ㅎ씨(53)는 “지난해에는 구멍이 안 뚫려 있었다”며 “의도적으로 헌금을 많이 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신자 ㄱ씨(48)는 봉투를 들어 보이면서 “이렇게 봐도 돈이 남았는지 쉽게 확인이 되는데 말이 안된다”며 “그렇다면 다른 교회는 왜 일반 봉투를 쓰느냐”면서 문제된 교회의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다른 교회에 다닌다는 한 신자 역시 “충격적이다. 돈이 없으면 1000원을 넣을 수도 있는데 그게 보이면 정말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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