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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전통음식 입맛 사로잡는 ‘농가 맛집’
최슬기 기자 skchoi@kyunghyang.com
ㆍ경북 안동·문경·영천·청도 등 독특한 메뉴 인기
ㆍ지자체 지원으로 발굴·계승… 농가 소득에 한몫

경북 안동시 일직면 귀미2리에는 ‘안동화련’이라는 식당이 있다.

마을에서 벼·사과·콩·양파·연 농사를 짓는 농민이 운영하는 곳이다.

주메뉴는 연으로 만든 음식들이다. 우선 연잎에 오곡과 대추·은행 등을 골고루 담아 무쇠솥에서 쪄낸 연잎밥이 있다. 또 우리 밀에 연잎가루를 넣고, 오랫동안 반죽한 연잎 칼국수와 수제비 등도 인기메뉴다. 안주인 신윤남씨(44)가 오랜 배움과 연구 끝에 만든 음식들이다.

문경새재에 있는 음식점인 ‘문경산채비빔밥’ 전경. 문경시가 운영한다. | 문경시 제공

◇ 친환경 향토밥상 = 이곳에서는 질경이·민들레 등 철 따라 피는 산야초와 정성 들여 키운 친환경농산물로 밥상을 차린다. 산야초 등으로 장아찌와 효소, 차도 만들어 내놓는다.연잎밥 등을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철 따라 복숭아·자두·사과·옥수수 등을 따거나 다슬기를 잡는 등 농사·자연 체험도 할 수 있다. 2층 다실에서는 누구나 항아리에 담아놓은 연잎차·보리순차·쑥차 등을 마시며 책도 보고 쉬어갈 수 있다.

문경시 문경읍 각서리 이화령 옛길 초입에는 ‘문경새재 오는 길’이란 맛집이 있다.

취나물 등 산채와 오미자·약돌돼지 등 문경지역의 농축산물로 만든 산채장아찌정식·오미자정식·약선음식 등을 만들어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음식만 먹든, 체험을 하든 사전 예약(단체 8명 이상)을 해야 한다.

오랫동안 향토전통음식을 연구해온 박지윤씨(50)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들 부부는 농업기술센터나 요리학원 등에 외부 강의도 많이 나간다. 한 해 한 차례씩은 일본에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본인들도 문경을 방문, 조리법을 체험하고 간다. 이곳은 2007년 12월 문을 열었다.

‘안동화련’과 ‘문경새재 오는 길’은 둘 다 자치단체 등의 예산 지원을 받아 만든 ‘농가 맛집’이다.

경북지역에는 이 같은 농가 맛집이 영천 ‘시루방’, 청도 ‘얌냠’, 영주 ‘무섬골동반’ 등 5곳에 이른다. 10월쯤에는 김천에서도 ‘가락지’란 농가 맛집이 문을 연다.

‘농가 맛집’은 경북도 농업기술원과 지자체가 지역의 식재료를 이용해, 농가음식을 상품화하는 사업 중 하나이다. 농가 소득을 높이고 향토전통음식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펴고 있는 ‘향토음식 자원화사업’이다. 농가당 5000만~80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경북 문경시 문경읍 각서리 이화령 옛길 초입에 있는 농가 맛집 ‘문경새재 오는 길’ 전경. | 문경시 제공

◇ 향토음식 자원화 사업 활발 = 농가 맛집 외에 문경새재에는 ‘문경산채비빔밥’이란 음식점이 있다. 문경시 농업기술센터와 문경지역 우리음식연구회가 향토음식으로 산채비빔밥을 표준화하고 상품화해 2008년 10월 개업했다. 농기센터가 1억원을 들여 음식점을 마련했다. 음식은 우리음식연구회원 6명이 맡고 있다. 시가 운영하는 음식점이다.

이 지역 우리음식연구회(회원 150여명)는 그동안 사라져가는 전통음식·향토음식을 재현해왔다. 그런 과정에서 비빔밥을 개발했다.

울진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지난해 지역 특산물인 대게와 홍게를 이용, 게샤브샤브·대게 해장국 등 다양한 메뉴를 개발했다. 조리법 등 기술 이전을 받은 대게요리전문점이 다음달 초 문을 연다. 경주 농업기술센터도 ‘곤달비 비빔밥’과 ‘6부촌 육개장’을 개발해 기존 식당에 조리법을 이전, 다음달 선보인다.

경북도 농업기술원은 1996년부터 시·군별로 전통음식 솜씨 보유자를 중심으로 우리음식연구회를 조직해왔다. 연구회는 이후 지역 향토음식을 발굴·계승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2007년부터는 이를 자원화하는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올 10~11월쯤에는 영주와 문경에서 향토음식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전통음식체험교육관’이 문을 연다. 또 포항·경주·예천·봉화 등 4개 시·군에서 농가 맛집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이 농가 맛집은 내년에 문을 연다. 청도와 김천·봉화의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내년 기술 이전을 목표로 각각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메뉴 개발에 나선다.

경북도 농업기술원 정용선 식품자원담당은 “향토음식은 지역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관광 수요도 창출하면서 한식 세계화에도 기여한다”며 “다양한 형태의 자원화사업을 꾸준히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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