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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한국사회 학생인권 운운하는 것 창피하다”
글 심혜리·사진 김정근 기자 gra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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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학생인권’ 시민특강
ㆍ“학업성취도 세계 1등이지만 구성원 누구도 행복하지 않아… 국·영·수 줄세우기 바꿔야”

“인권이라는 개념은 제대로 인간대접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자기들도 사람이라고 부르짖을 때 쓰는 용어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학생 인권 운운한다는 것은 굉장히 창피한 얘기입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14일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학생인권 시민연속특강에서 ‘서울 교육의 희망을 찾다’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곽 교육감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체벌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된 것을 언급하며 “그동안 법령에 따르면 교육적으로 일부 불가피한 경우에는 체벌을 가할 수 있도록 돼 있었지만 지난 여름부터 서울시교육청에서 체벌금지 정책이 시행되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국제 인권조약이 아닌 국내 법령의 이름으로 체벌금지가 획득된 기념비적인 일”이라며 “학생들은 이제 체벌로부터의 자유,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

체벌금지 정책으로 수업시간에 떠드는 학생들이 많아져 일반 학생들은 피해를 본다는 학부모의 지적에 대해선 “그렇게 말씀하시면 탈출구가 없다. 악순환 구조를 선순환 구조로 만들어야 하며, 구조를 이기는 길은 개개인의 실천에서 나온다”고 말했다.곽 교육감은 그동안 체벌금지 정책을 시행하며 느낀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 아이들이 사람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정책이었다는 데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아이들은 그동안 공부기계나 부모의 소유물로 인식돼왔다. 기가 막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적지상주의 세태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하는 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를 언급하며 “우리나라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세계 1등을 했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허리를 졸라매고 이룩한 성과지만 아무도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또 “상위 20%에게는 그나마 약간의 만족을 주지만 나머지 사람들에겐 한없는 상처를 주는 학습체제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며 “국·영·수 주지과목 암기에서 창의력과 민주시민 덕성으로의 교육 개념 대전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이렇듯 공부가 학생들에게 억압이 되고 있는 현실이 사회 양극화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다수 학생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모른다면 그 사회는 가장 큰 격차사회가 된다. 그런 교육풍토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격차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바로 배움의 확산”이라고 강조했다.

두 자녀를 키운 아버지로서 학부모들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자녀가 책 읽고 공부하게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방송통신대학에 진학하십시오.”

그는 “방송대 청소년교육과가 최근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며 “상담심리학, 청소년의 이해와 같은 과목을 공부하면 자녀를 이해할 수도 있을뿐더러 아이들도 공부하는 부모 옆에서 같이 책을 읽게 된다”고 했다.

이날 곽 교육감의 강연으로 시작된 학생인권 시민연속특강은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등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마련했으며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 등이 강사로 참여해 오는 31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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