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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먼 학생인권]“우리는 공부기계… 아플 수도 없어요”
심혜리·이서화 기자
ㆍ요통·소화불량·두통 시달려… “분위기 깬다” 보건실도 막아

올해 인천 ㄷ고교에 진학한 이모양(16)은 지난해 중학교에 다닐 때 소화불량이 생겨 계속 고생하고 있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등을 앞두고 점심시간에도 자율학습을 시켰기 때문이다. 이양은 식사를 대충 하고 교실로 돌아와 문제집을 풀어야 했다. 이양은 “점심시간만이라도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산책을 하고 싶었지만, 학교에선 허락하지 않았다”며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기만 해서 그런지, 밥을 먹으면 소화도 안되고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 ㄷ고 2학년 유모군(17)은 지난해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학교에 나가야 했다. 방학에는 오전 6시까지 나와 교과 진도를 나가고 토·일요일 및 공휴일에는 자율학습을 했다. 몸이 약한 유군은 주말에는 집에서 공부하고 싶었지만 학교 측은 “동의서를 냈기 때문에 학교에 나와야 한다”며 막무가내였다. 수업에 빠질 경우 벌금까지 내야 했다.

학생들에게 예외 없이 강요되는 입시몰입 교육으로 청소년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는 학생들은 앉아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허리통증이나 소화불량, 만성피로나 두통 등을 호소한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아파도 아픈 티를 낼 수 없다. 서울 ㅇ고 김모양(17)은 “보건실에 가겠다고 하면, 선생님이 ‘학습 분위기를 해친다’며 허락을 안 해준다. 아파도 참으면서 교실 책상에 앉아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ㅅ고 1학년 박모양(16)은 “지난해 스트레스 때문인지 생리통이 너무 심해져 엄마와 한의원에 가기로 했는데 학교에서 조퇴를 시켜주지 않았다”며 “심지어 선생님은 ‘다른 여학생들도 생리를 하지만 (너처럼) 유난 떨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해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서울 ㅇ고 2학년 김모양(17)은 “머리가 너무 아파 조퇴하거나 보건실에 가겠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꾀병 아니냐’고 말해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늘 잠이 부족하다. 서울 ㅎ여고 2학년 서모양(17)은 지난해 학교에서 상위권 학생들을 모아놓은 ‘특별반’에 들어 밤 12시까지 자율학습을 해야 했다. 서양은 “힘들어서 그만두겠다고 하자, 선생님은 ‘2시까지 자율학습한 뒤 집에 가서 과외받는 친구도 있다’며 허락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미·중·일 4개국 청소년 건강실태 국제비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7시간 이상 잔다’는 한국 고교생은 16.1%에 그쳤다. 반면 미국 학생들은 46.7%, 중국은 32.8%였다.

방승호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생활지도장학관은 “청소년기에 발생한 육체적, 정신적 질병은 만성적 질병으로 굳어지기 쉽다”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운동량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체육시간이나 점심시간 등을 활용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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