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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G드래곤 “내가 천재라고? 천만에”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아이돌그룹 빅뱅 리더 G드래곤(권지용·23)은 국내 대중문화 최고의 핫 아이콘이다. 다른 가수들이 무대에서 안무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면 그는 무대에서 ‘논다’. 이렇다할 안무가 없어도 음악에 몸을 내맡긴 채 무대를 휘저으며 ‘뻑이 가게’ 노는 그에게 압도당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대중가요사에서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한 곡으로 기록되는 ‘거짓말’의 작곡자이자 소속 그룹 빅뱅의 앨범 프로듀싱까지 맡으며 빛나는 재능을 보여준 그를, 많은 대중음악 평론가와 관계자들은 미래가 가장 주목되는 뮤지션 중 하나로 꼽는다. 그를 통해 세상과 만나는 음악, 패션은 매번 뜨거운 이슈를 만들며 그대로 트렌드가 된다. 얄미울 정도로 넘치는 재능과 자의식, 차원이 다른 무대. 그를 단순한 ‘아이돌’ 가수의 범주로 묶기 어려운 이유다.

지난해 말 같은 빅뱅 멤버 탑과 함께 발표한 앨범 으로 1년만에 복귀한 그는 여전히 강렬하고 카리스마 넘치면서(‘High High’ ‘Oh, Yeah’ ‘뻑이가요’) 때로는 사랑스러운(‘집에 가지마’) 모습까지 다채롭게 보여주고 있다. 랩 가사와 멜로디를 쓰고 패션 소품까지 일일이 챙기며 공을 들인 이번 앨범은 달콤한 사랑을 꿈꾸고, 신나게 놀고 싶고, 넘치는 자신감으로 열정을 발산하는 스물세살 청년 G드래곤 자신의 이야기다.

그를 만나기로 했던 날, 기세에 눌리지 않을까 적잖이 긴장이 됐지만 무대에서 내려온 그는 수줍어하는 십대소년 같았다. 쑥스러운 듯 인사를 나눈 그는 윗니로 아랫입술을 간간이 물어 뜯으며 어색함을 감추려 애썼다. 그러나 음악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이내 눈을 빛내는 그의 입에선 논리 정연한 달변이 쏟아져 나왔다.

-‘팔팔년도 팔월십팔일생’ ‘내 키는 작지만, 목소리는 얇지만’ ‘그냥 아무거나 걸치면 화보’ 등 자신의 현재를 묘사하는 랩 가사들이 인상적이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 게 아닌,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 경험과 생각으로 하는 이야기들, 자유롭고 편하게 ‘나 그냥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말한다고 할까? 빅뱅의 음반 때는 리더로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이번엔 놀듯이 편하게 했다. 음악은 놀듯이 해야지 일로 하면 뭔가 쥐어짜야 하고, 그러다 보면 좋은 음악이 제대로 나오기 힘든 것 같다. 어쨌든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내 속에서 정리된, 이런 저런 할 말이 생기더라.”

-그 ‘여러가지 일’은 웬만한 또래 가수들은 겪기 힘든 일이었다.

“그동안 칭찬받았던 일도 많았지만, 욕은 먹을 수 있는 한도 내에선 다 먹은 것 같다. 그땐 상처도 많이 받고 참 힘들었다”

2006년 빅뱅으로 데뷔한 뒤 가요계 중심에 섰지만 그는 잇따른 표절 시비에 시달렸고 지난해 초 가졌던 단독콘서트에서 퍼포먼스의 선정성 문제가 불거지며 검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어떻게 극복했나.

“칭찬이 됐든 책임이 됐든 무대에서 보여지는 건 결국 가수의 몫 아닌가. 나 때문에 불거진 일이라면 내가 책임져야 한다. 말로, 글로 왈가왈부하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다음 음반에서 더 좋은 음악으로 말하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해탈의 경지에 이른 사람 같다.

“선배들도 힘이 돼 줬고, 시간이 지나면서 정리가 되더라. 그리고 어릴 때부터 겉늙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스물 세살 권지용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곡을 이번 음반에서 꼽자면 뭔가?

“‘High High’ 아닐까 싶다. 가수로 무대에 서지만, 무대는 내게 일이 아니다. 무대에만 오르면 난 미쳐서 노는 거다. 꼬마 룰라로 무대에 올라 춤추던 그 모습과 마음 상태는 지금도 그대로다.”

그는 7살때 당시 인기그룹이던 룰라를 본 뜬 ‘꼬마 룰라’로 TV에 데뷔해 춤실력을 뽐냈으며 이후 13살에 현재의 소속사 YG에 연습생으로 들어갔다.

-음악적 재능에 대한 칭찬과 기대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 않나.

“어디선가 ‘천재’라고 표현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오해다. 그런 시선이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단지 남들보다 음악을 먼저 배웠을 뿐이고 나름대로 노력했고 운좋게 기회를 얻은 것이다. 나처럼 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아서 더 부각됐는지도 모르겠다.”

-이달 말이면 빅뱅도 2년만에 복귀한다.

“더 커진 빅뱅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 록 성향이 가미된 쿨한 느낌의 빅뱅 음악을 들려줄 계획이다. ‘붉은 노을’까지만 해도 어린 애같은 느낌이 있었지만 지금은 겉모습부터 내면까지 성숙해진, 남자가 부르는 노래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지난번 빅뱅 음악이 큰 사랑을 받았지만 이번엔 제대로 된 한 방을 보여주고 싶다.”

-이미 한방을 보여준 것 아닌가.

“아니다.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지며 운도 좋았고 과대평가된 면도 없지 않다. 뭔가를 띄우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뒤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며 기대에 부응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어차피 겪는 일이겠지만 유명인으로 겪는 고충을 하나 꼽는다면.

“밥 먹는 거다. 난 밥 먹을 때 찌개나 탕국이 꼭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먹고 있으면 다들 이상하게 본다. 맛있는 설렁탕집, 해장국집을 원할 때마다 갈 수 없는 것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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