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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잉태한 지하실… 종로·성북동에 문화공간 ‘에무Emu’ ‘일상지하’ 열어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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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에서 새로운 예술을 꿈꾼다.’

대학로와 홍대 앞에 몰려 있던 젊은 예술가들의 거점이 다양한 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최근에도 두 곳의 문화공간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복합예술공간 ‘에무Emu’(왼쪽 사진)는 종로구 신문로 2가에, 연극실험실 ‘일상지하’(오른쪽)는 성북구 성북동 100-1번지에 둥지를 틀었다. 두 공간의 출사표는 싱싱하다. ‘에무Emu’는 권위주의와 엄숙주의로부터의 탈피, 아울러 모든 장르의 혼성교배를 모토로 내걸었다. ‘일상지하’는 이른바 고전으로 자리한 작품에 대한 비틀기와 전복을 목표로 세웠다. 그런 작업을 통해 현대인의 파편화된 삶을 냉정하게 반추해보겠다는 의지다. 두 곳 모두 버려지고 방치됐던 지하실을 예술적 둥지로 변모시켰다는 점에서 70년대 뉴욕의 ‘로프트 예술’을 연상시킨다. 젊고 실험적인 비주류 예술가들이 임대료가 싼 지하실과 다락방으로 모여들면서, 이후 뉴욕 예술은 ‘다양성’이라는 축복을 받았다.

‘에무Emu’는 연극, 음악, 미술, 디자인, 사진, 춤, 원시문화 따라하기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겠다는 계획이다. 공간의 명칭은 500년 전 풍자문학의 걸작인 <우신예찬>의 저자 에라스무스의 이름에서 빌려왔다. 말하자면 자본주의적 합리성과 효용성을 조롱하는 ‘바보의 정신’, 혹은 ‘놀이의 정신’을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김솔미 팀장(28)은 “창작자와 연희자, 관객들이 함께 어우러져 웃고 즐기는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예술적 권위를 내세운 엄숙한 작품보다 웃음과 기지가 넘치는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허영의 시장이 된 예술, 사교장으로 변모한 표현 공간에 좌절하고 분노하는 예술가들에게 에무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전기료와 청소비에 해당하는 소정의 금액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대와 객석을 합쳐 약 70평 규모. 기본적인 조명과 음향 시설도 갖췄다. 이에 따라 대학로와 홍대 앞이 상업지구로 변모하면서 비싼 임대료를 감당키 어려워진 젊은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숨통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작가이자 저술가인 김영종 관장과 김솔미, 김상민 팀장이 공간의 운영을 맡았다. 지난 13일 개관과 함께 김영철 작가의 전시회 ‘틀-새로운 사고틀을 위한 저항과 모색’이 다음달 11일까지 진행 중이며, 매월 셋째주 토요일에는 젊은 국악그룹 ‘다즐’의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http://blog.daum.net/emuspace

연극실험실 ‘일상지하’는 대학로가 끝나고 성북동이 시작하는 지점에 자리했다. 연출가 김현탁(42)이 이끄는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거점이다. 거친 콘크리트 천장과 기둥, 시멘트 바닥이 그대로 드러난 ‘그냥 지하실’이다. 김 연출가는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고 조명시설도 변변찮은 이 게릴라적 소극장에 대해 “전통적 극장의 모습이 아닌, 대안 공간 혹은 오픈 공간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국내외 원작들을 해체하고 재구성해 ‘오늘 우리’의 문제로 다시 조명한다”는 것이 이 극단의 모토. 연출가 김현탁은 “고전을 그저 비트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해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면서 “기존 형식과 충돌하는 새로운 표현 양식도 아울러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달 12일까지 공연 중인 작품은 아서 밀러 원작의 <세일즈맨의 죽음>. 주인공 윌리는 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잠시도 쉬지 못하고 러닝머신 위를 질주한다. 기계보다 차가운 자본주의의 잔혹함을, 일체의 감상주의를 걷어낸 채 냉정하게 그려낸 연출력이 돋보인다. 이어서 쪽방촌과 임대 아파트를 배경으로 가난과 소외 문제를 다룬 김영수의 <혈맥>(내년 1월3~31일), 매스미디어와 네트워크의 병폐를 꼬집는 에우리피데스의 <메디아>(2월24일~4월10일) 등을 한 달 간격으로 잇따라 공연할 예정이다. (02)766-1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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