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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말문 틔우는 지름길은 ‘다독’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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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회화 위주는 사교육 의존 심화
ㆍ읽기 강조 ‘핀란드식 교육’이 사교육비 부담 덜고 효과도 커
ㆍ쉬운 책 골라 재미 붙이면 좋아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수능 개편안에 따르면 2014학년도 수능부터는 국·영·수의 비중이 대폭 확대되고, 특히 외국어영역에서는 듣기문항 비중이 50%까지 늘어난다. 즉, 앞으로도 영어교육을 듣기와 말하기 위주로 가져가겠단 뜻이다. 교과부는 그동안 학교 영어교육만을 통해서도 영어를 잘할 수 있도록 하겠으니 학부모들은 영어교육을 위해 쓸데없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말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논리일까.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흔히 언어 습득을 위해 필요한 최소 노출시간은 1만시간 정도로 측정된다. 그러나 학교에서 영어를 10년 동안 배운다고 쳐도 실제로 학교에서 공부한 영어 수업시수를 다 합치면 2000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결국 영어가 제2외국어인 우리나라의 특성상 나머지 시간은 사교육을 통해 채울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된다.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이병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교 교육 이외에 영어에 자발적으로 노출되는 시간이 사교육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부모들이 아이를 어릴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와 영어학자들은 영어교육에서 ‘읽기’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외국에서 영어로 물건을 살 수 있고 길을 물을 수 있는 것이 영어를 잘하는 척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영어로 된 정보가 56%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구글’을 통해 영어로 된 정보를 검색하고 빠르게 읽어 이해할 수 있는지는 지식기반 사회에서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그러나 현재 공교육 현장에서 읽기의 분량은 매우 제한적이다. 영어교과서를 기준으로 살펴본다면 1년에 겨우 12개 정도의 글을 읽는다. 중학생의 경우 1년에 48쪽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은 지난 2일부터 오는 16일까지 목요일마다 3회에 걸쳐 ‘다독(Extensive Reading) 기반 실용영어교육’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영어 애니메이션 동화 사이트 ‘리틀팍스’ 홈페이지

숭실고 영어교사이자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의 부대표인 김승현 교사는 토론회 발제문에서 “핀란드의 영어교육 방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나라이지만 많은 국민이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핀란드 영어교육의 핵심은 읽기교육이다. 루터교의 기반이 강한 핀란드에서는 사회적 분위기의 특성상 오래전부터 학교에서 읽기 교육을 강조해왔다. 그는 “다독에 기반을 둔 영어교육이야말로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도 사교육비 걱정 없이 영어에 오래 노출될 수 있는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면서 “흔히 ‘다독’이라 하면 ‘읽기’만을 떠올리게 되지만 영어책을 많이 읽고 나면 말도 저절로 터져 나온다”고 말했다. 영어책을 많이 읽으면 그 지식들이 머릿속에 쌓일 뿐 아니라, 고급영어 문장에 반복적으로 노출됨으로써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 문장들이 입으로도 나온다는 말이다. 결국 다독에 기반을 둔 영어교육은 ‘어떻게 말할 것’뿐만 아니라 ‘무엇을 말할 것’까지 해결시켜준단 것이다.
김 교사는 ‘다독 기반 영어교육’을 위해서 먼저 아이들이 직접 읽고 싶은 책을 고르게 한 후 자신에게 편한 속도로 읽게 하라고 말한다. 책은 쉬운 책을 많이 읽도록 한다. 길고 어려운 글을 일일이 사전 찾아가며 정확히 분석하며 읽게 하는 것은 오히려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때의 ‘읽기’는 영어공부를 위한 독서가 아니라 철저히 재미를 위한 읽기여야 한다. 최근 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은 영어 애니메이션 동화 사이트 ‘리틀팍스’(http://www.littlefox.co.kr) 같은 곳은 이용자의 수준과 흥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의 동화를 수준별로 제공해주고 있다. 또한 오디오를 따라 읽거나 스스로 소리 내어 읽게 한 후 부모가 옆에서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는 것도 아이가 자기 주도적 독서를 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는 “시험성적 위주의 회화 영어교육은 사교육비를 증가시키고 학생들이 고학년이 될수록 영어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드는 역효과를 가져온다”면서 “정부는 ‘다독 기반 영어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는 공공 영어도서관이나 영어읽기학습 전용 웹사이트를 개발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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